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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by yokijoki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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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Date 2019-08-25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남녀의 사랑,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가 되어가는 일상에 대한 장편 소설


 

남자 주인공 : 라비

  •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기억들에 불안정한 성인기를 맞이한다. 평소에는 그의 불안정한 면이 잘 부각되지 않지만 결혼 생활의 결정적인 순간들, 예를 들면 배우자와 다투었을 때,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느낄 때 그의 불안정함은 더 커진다.

여자 주인공 : 커스틴

  • 최소한의 선을 항상 지키려고 하는 커스틴. 그녀가 사랑할 때 집착과 불안을 억제하는 이유는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열심히 사는 여성.

 

아마 이게 진짜 사랑 내용의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완벽하게 불안정한 것.

라비가 성인이 되어서도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함과 그의 유년기를 함께 심리적으로 엮어 분석한 부분은 소름이 끼쳤다.

그들이 연애하는 과정과 위기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니 내가 겪어온 과정들과 그때마다 느꼈던 생각들과 비슷한 점들이 많아 많이 위로가 되었다.

내가 위기를 겪었을 때는 참 힘들었다.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맘에 드는 구절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우리는 유년기에 아주 익숙했던 감정들 그대로를 성년의 관계 안에서 재현하길 바라고, 그 감정은 다만 애정과 보살핌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렸을 때 맛본 사랑이란 보다 파괴적인 다른 역학들과도 얽혀 있다. 예를 들어, 통제 불능의 어른을 도와주고 싶은 느낌, 아빠나 엄마가 다정하지 않다거나 그들의 분노가 두렵다는 느낌 또는 철없는 소원을 자유롭게 표현할 만큼 집안 분위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느낌과도 뒤얽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으로서의 우리가 어떤 후보군을 그들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조금은 너무 옳기 때문에ㅡ왠지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성숙하고 분별 있고 믿음직하게 여겨지기 때문에ㅡ거부하게 되리라는 것도 얼마나 필연적인가. 심정적으로 이러한 올바름은 이질적이고 거저 얻은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는 그보다 자극적인 사람을 쫓는다.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 더 조화로울 것이라는 믿음에서가 아니라, 그 삶이 가질 좌절의 양식이 안심하리만치 친밀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신선하고 우스꽝스러운 정의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토라짐에 대한 새로운 정의

  •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덧붙이자면,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한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토라짐을 이런식으로 귀엽게 설명한 것은 처음 봤다. 토라짐을 설명해야 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니. 매번 왜 토라졌는지 이유를 묻고는 했는데 그것이 모욕이란다. 그리고 심지어 토라진 사람이 존중해서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토라진다니..... 정말 애 같다.

 

  •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우리보다 어리게 여기는 것을 윗사람 행세로 보는 생각이 만연한 탓에 우리는 성숙한 자아 너머의 것을 바라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내면의 아이를 만나는ㅡ 그리고 용서해주는ㅡ 것이 가끔은 가장 큰 특권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는다.

토라짐에 화가나고 진저리가 날 때 그래.. 토라짐을 용서해주는 것도 가장 큰 특권이다 라고 생각하면 좀 기분이 괜찮아지려나? 그런 아기의 떼쓰기는 봐주기만 하고 용서하기만 하면 나아짐이 없기도 할 텐데... 정말 애 같은 맘으로 그러는 것이라면 어떻게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참 어렵다.

다소 특이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

  • 의사 전달을 잘하는 기본 요건은 자신의 성격 중 더 문제가 되거나 더 특이한 면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능력이다. 의사 전달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나 성적 취향 또는 일반적이지 않고 거북할 수 있는 자기 의견에 대해 자신감을 잃거나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숙고할 줄 안다. 그들이 명료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수용 가능하다는 대단히 가치 있는 인식을 길러낸 덕분이다. 그들은 적정한 수준의 인내심과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단만 갖추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을 만하고 또한 받을 수 있다고 능히 믿을 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의사 전달을 잘하는 사람의 과정 환경

  • 의사 전달을 잘하는 이런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보호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그런 부모는 자식이 ㅡ적어도 한동안은ㅡ 가끔 이상하거나, 난폭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심술궂거나, 기이하거나, 슬퍼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수용할 줄 알고 그래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줄 안다. 그렇게 하여 자녀가 성인이 되고도 고백과 솔직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게끔 하는 용기의 매우 귀중한 원천을 이루어낸다.

나는 일반적인 주변 아이들에 비해 특이하고 달랐던 것에 비해 그나마 가족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줄 아는 가정에서 자란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크면서부터 오히려 솔직한 대화를 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괜한 논쟁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런 대화가 해결책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솔직한 대화의 끝에는 서로 다른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인데 그게 은근 가치관이 더 확립된 상태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사랑에 대한 인정

  • 그들은 함께 이뤄온 것에 황홀한 충성심을 느낀다. 다투게 되고 화나고 웃음 나고 어리석고 아름다운 그들의 결혼 생활은 틀림없이 그들만의 것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여기까지 온 것,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광기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노력하고 그때마다 새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결혼 생활을 지켜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여기까지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많기도 많았을 텐데, 이별이 자연스럽고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결혼 생활에 머무른 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업적이며 두 사람은 그들만의 전투로 단련된 상흔 입은 사랑에 충성심을 느낀다.

내가 지금의 남자친구와 나 사이에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한 구절이다. 서로가 궁금해 미치겠고 설레 죽겠는 시절은 다 지나갔지만 괜히 지키고 싶은 것. 앞으로 살아갈 날은 많고 사람은 많으니 이별해도 된다는 것을 알지만 지키고 싶은 것. 이건 "황홀한 충성심"과 "자부심" 때문에 쉽게 놓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나도 사람들에게 우리 사이를 설명할 때 나도 신기하다, 기이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맞다. 이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우리만의 업적이다. 그래서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말이다.

  • 불확실성을 의식하는 만큼 라비는 더욱 열렬히 이 햇살을 붙잡아두고 싶다. 비록 잠깐 동안이지만 모든 것이 명료하다. 그는 커스틴을 사랑하고, 그 자신을 충분히 신뢰하고, 아이들을 어여삐 여기고 인내하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절망스러울 정도로 허약하다. 그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 부를 권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잠깐 동안 만족을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
  •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거의 정상인이라는 지위를 계속 확보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이 계획들이 어느 영웅담 못지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조국에 봉사하거나 적과 싸우라고 부름을 받을 리는 없지만, 그의 제한된 영역 안에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 더욱 영웅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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